사진그림

아버지와 바다

피부트러블세이브 2008. 9. 30. 14:47

인천의 작은 섬 선제도...
 
 
아버지는 이 기다란 줄이 없으면 어장까지 나갈 수 없다.
 
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.
 
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, 아버지의 손놀림은 능숙하다.
 
선제도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는 본래 어부도 아니었고, 장님도 아니었다.
 
대장장이로, 목수로, 아버지의 직업은 셀 수가 없었고,
새벽부터 밤까지 아버지의 일은 끝이 없었다.
 
 
그렇게 일하던 아버지, 당뇨가 심해지면서 자주 눈이 침침하다고 하셨다.
 
괜한 돈이 든다며 병원도 가지 않았던 아버지는
결국 50대 중반의 나이에 당뇨합병증으로 양쪽 눈을 다 잃었다
 
낮과 밤이 바뀌는 것도 알 수 없게 된 그때,
 
아버지는 식사도 하지 않고 그저 방문을 걸어 잠근 채
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셨다.
 
 
그렇게 몇 달 뒤, 아버지는 어부가 되겠다고 하셨다.
 
눈 먼 아버지에게 바다는 위험천만한 곳이었지만
누구도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.
 
상처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보며 가족들은 불안했지만,
정작 아버지는 낯선 삶에 점점 적응해 가고 있었다.
 
줄 하나 묶는데도 수십 번의 헛손질...
 
그런 아버지를 아들은 기록하기 시작했다.
 
미술을 전공하고 도시에서 꿈을 키우던 그였지만,
눈 먼 아버지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
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거들면서 아버지의 삶을, 표정을 기록해 나갔다.
 
 
 
 
 
늦은 밤, 썰물 때가 되자 아버지가 발걸음을 서두른다.
 
가족들은 밤일만은 나가지 말아 달라고 막아봤지만
아버지는 밤도 낮도 구별 할 수 없는 사람이 밤일이 대수냐며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.
 
추운 겨울밤의 칼바람,
 
허리가 휠 정도의 무거운 짐,
 
그렇게 10년...
 
아버지에게 또 한 번의 변고가 생기고 말았다.
 
치매가 찾아 온 것이다.
 
얼마 전, 바다에서 돌아오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, 치매가 시작되었다.
 
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아버지...
 
의식이 흐릿해진 지금에서야 아버지는
수십 년간 자신을 완전무장 시켰던 아버지란 이름에서 풀려난 듯 했다.
 
 
 
 
아버지는 좋아 하던 하모니카도 불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.
 
하모니카 대신 들려 드린 노래에...(목포의 눈물)
 
 
 
한 번도,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아버지...
 
그래서 예전엔 벽 깊은 한숨과 눈물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.
 
파도소리에 눈물을 감추고,
 
바닷바람에 한숨을 실어 보냈을 아버지...
 
이제보니, 사람에게 조건 없이 자신의 것을 내주는 바다와
아버지는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.

 
이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는군요
그리고 아들이 찍은 기록 사진으로
"아버지와 바다"라는 사진집도 나와 있습니다
 



해바라기 -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

나는 눈물이 메마른 줄 알았어요
여태 사랑을 다시 못할 줄 알았어요

오늘 난 자욱한 연기 사이로
사랑의 짝을 보았어요

나는 지금껏 어둔 밤을 헤맸어요
여태 지워야할 기억이 너무 많았어요

오늘 난 식어버린 마음 구석에
사랑의 불씨를 당겼어요
이제 다시 이제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
이제 진정 이제 진정 웃을 수 있어요
방금 하신 얘기 그 눈길이 아쉬워
그대 곁에서 훨훨 떠날 수는 없어요
이제 다시 이제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
이제 진정 이제 진정 웃을 수 있어요
방금 하신 얘기 그 눈길이 아쉬워그대 곁에서
훨훨 떠날 수는 없어요떠날 수는 없어요





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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